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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커피와 여성 - 커피와 관련된 여성들의 목소리

by 기대어 보기를 2023. 2. 10.

남편은 아내가 원할 때 커피를 제공해야 한다.

커피가 중동의 대중적 문화로 자리 잡혀가면서 일상의 삶에서 커피는 필수적인 음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커피에 대한 흥미로운 일들도 일어났다. 지난 포스팅에서 중동에 생겨난 ‘카페’인 ‘가베 카네’에서 정치에 대한 열띤 대화가 시작되고 당시의 정부에 대한 격렬한 비판과 비난의 소리가 커지자 ‘가베 카네’를 폐쇄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보통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공공장소에서 모여서 토론하고 대화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성’이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과거 중동의 여성의 사회적 참여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여성의 ‘인권’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중동의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났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할 때 양 가가 맺는 결혼 조약서에 커피에 대한 내용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앞서 ‘가베 카네’의 사건의 영향으로 본다면 아마도 결혼 이후 남성의 ‘가베 카네’ 이용의 제한 등에 대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결혼 조항에 들어간 커피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남편은 아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아내가 원하는 만큼의 커피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여성의 인권에 매우 취약했던 중동의 문화를 생각해 보면 이러한 조항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커피가 그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고 결혼서약서에 거론될 만큼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카페 플로리안 - Unsplash 의 Clay Banks

 

여성의 제한된 커피하우스

중동에서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힌 커피는 전 세계 여러 나라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16세기에 이르러서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도 다양한 커피하우스가 생겨날 만큼 커피가 보급되었다. 그리고 그중 ‘카페 플로리안(Florian)’이라는 커피하우스는 현재까지 남아 있는 베네치아의 가장 오래된 카페다. ‘꽃다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1720년에 산 마르코 광장이라는 베네치아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 오픈한 카페인데 그 아름다움이 뛰어나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중 하나로 꼽힌다.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커피의 맛에 이곳은 명소가 되었고 괴테, 루소, 쇼팽, 나폴레옹 등이 이곳을 즐겨 찾을 만큼 명성을 크게 얻었다. 이 카페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 중에는 ‘카사노바’도 이곳의 단골손님이었다는 것이다.

 

카사노바! 맞다 그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다. 카사노바가 이곳 카페 플로리안에 단골손님이 된 까닭은 이곳이 이탈리아에 있는 커피하우스 중에 가장 처음으로 여성의 출입을 허용한 곳이기 때문이다. 카사노바는 이곳에 찾아온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카페 플로리안의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카페 플로리안이 유명한 이유는 많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여성의 출입을 허용한 최초의 카페라는 것이다. 이것을 뒤집으면 당시에 커피하우스는 여성의 출입이 제한된 장소였다.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중동은 여성의 인권이 취약했었지만 결혼 조항에 남편의 커피 제공 조약이 있었고 아라비아에 생긴 커피하우스도 여성들의 출입이 가능했고 페르시아의 경우는 도박과 난잡한 이성 교제로 골머리를 썩이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유럽의 커피는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것 같기도 하다.

 

커피를 금지해 달라는 여성들의 청원

1674년 영국의 런던에서는 여성들이 남편들이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해 달라는 ‘커피 음용 금지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것은 여성들이 남성들이 커피 음료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시위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편들이 커피를 마시기 전에는 활력이 넘쳤고 자녀들도 잘 낳았다. 그러나 커피를 자주 마시면서 잠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남성들은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침대에서는 마치 참새처럼 약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남편들은 턱수염만으로 자신이 남자임을 증명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고 커피 대신에 맥주만 판매하도록 청원서를 냈다. 그리고 당시에 영국 국왕은 여성들의 이 탄원서를 받아들여 커피하우스의 폐쇄령을 내렸다. 역시 커피도 금지했다. 그러나, 이는 영국 여성들의 인권이 높아서 영국의 황실이 이를 받아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커피하우스에 많은 남성이 모였고 그 커피하우스에 일어나는 일 중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논쟁들과 다양한 정보들이 교환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커피하우스에서 많은 사람이 계몽의식을 가지게 되고 지식과 교양이 고양되면 그것이 결코 당시의 정부로써는 그렇게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탄원이 커피하우스를 통제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성들의 청원에 반대해서 남성들도 ‘커피는 무해하고 치유의 효능이 있는 음료다’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고 오히려 ‘맥주는 남성들을 염소처럼 음란하게 만단다. 그러나 커피는 정신을 각성시켜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에 안정을 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성의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커피가 남성에게 해로운가? 2015년 PLOS ONE이라는 저널에 이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는 남성이 하루에 85~170mg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게 될 때 발기부전이 걸릴 가능성에 대한 연구 내용이 있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 남성보다 약 42% 정도 발기부전에 걸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고 카페인양을 더 늘려 171~303을 섭취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9% 정도 발기부전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한다. 350ml 한잔의 아메리카노에는 140~150mg의 카페인이 있으므로 커피를 한 잔 혹은 두 잔 정도 마시는 양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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