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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법 - 커피 세레모니

by 기대어 보기를 2023. 1. 20.

시바여왕과 커피

커피의 원산지이며 전 세계 커피 수출 5위에 속하는 에티오피아는 커피에 대한 남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커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염소 치기 칼디만 해도 커피에 대한 상상력과 재미를 주지만 에티오피아에는 시조 역사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자신들의 시조를 ‘시바 여왕(Queen of Sheba)’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바 여왕’은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로 지혜로운 왕 솔로몬을 만나기 위해 남방에서부터 온 여왕이다. 성경에는 에티오피아를 ‘구스’라고 기록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이 시바 여왕이 기록된 시대는 기원전 1,000년 경이다. 이 시바 여왕은 코란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시바 여왕과 솔로몬의 만남에는 기록된 이야기들은 없지만 둘의 만남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시바 여왕은 당시에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인지 시험해 보기 위해 찾아왔다. 그리고 솔로몬의 뛰어난 지혜를 보고 매료되었다. 시바 여왕은 솔로몬에게 황금과 보석, 몰약과 향유 등 아주 귀한 선물을 드렸는데 그때 커피를 선물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또 솔로몬은 이 시바 여왕을 맞이해 성대한 연회를 연 이후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나의 허락 없이 음식을 먹는다면 나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그런데 솔로몬은 연회에 사용한 음식에 각종 향신료를 많이 넣어서 시바 여왕이 갈증을 느끼게 했는데 여기에서 또 다른 버전으로 향신료가 아닌 커피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향신료인지 커피인지 알 수 없지만 결국 밤에 잠을 자던 시바 여왕은 결국 심한 갈증을 느껴 물을 마셨고 그것은 솔로몬이 제안을 어기는 것이 되어서 솔로몬은 이를 빌미로 시바 여왕과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 둘 사이에 남자아이가 잉태되었는데 그 아이가 오늘날 에티오피아의 초대 황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메넬리크 1세’이다.

 

이 메넬리크는 22세에 예루살렘을 찾아가 히브리 율법과 유대교 신앙을 공부했고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메넬리크가 솔로몬의 아들인 까닭에 솔로몬은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제안도 했었는데 그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와 자신의 왕국을 이어갔다고 하고 그가 에티오피아로 돌아갈 때 성직자와 학자, 기술자들을 데리고 갔고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았던 두 개의 돌판인 십계명과 그것을 보관했던 언약궤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이 언약궤는 ‘성 마리아 시온교회’에 안치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에티오피아의 수도에서 약 10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언약궤가 실제로 그곳에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고 그곳에서 언약궤를 봤다는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대륙에서 문자를 만들어낼 만큼 뛰어난 나라이며 솔로몬의 아들이 자신들의 시조라는 자부심과 더불어 상당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인지 그들은 커피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고 자부심도 크다.

 

Unsplash 의 Zeynep Sümer

 

커피 세레모니 '분나 마프라트'

에티오피아에는 커피세레모니가 있다. 그것을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라고 부르는데 이전 포스팅에서 에티오피아는 커피를 ‘분’ 또는 ‘분나’라고 불렀고 이것이 커피에 대한 역사적 기록물들 속에서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원산지임을 나타내는 좋은 증거라는 것을 다뤘다. ‘마프라트’는 ‘요리’를 의미해서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레모니는 ‘커피 요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커피 세레모니는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환영의 인사로 행해진다. 이 의식은 어느 정도 경건하고 진지해서 마치 ‘차’를 마시는 ‘다례’와 같다.

 

이 의식은 손님을 매우 귀하고 존경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세레모니가 시작되는 장소에는 커피잔이 올려진 탁자가 있고 에티오피아 전통의 하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한다. 이 세레모니는 유칼립투스 잎사귀 혹은 송진을 태워 연기를 만드는데 이 연기는 신성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냄새와 향내가 잡스러운 냄새를 잡아 오직 커피의 향내가 더 진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흰옷을 입은 여인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커피를 물에 씻기 시작하고 그것을 다 씻은 후에는 넓은 프라이팬 위에 커피를 올리고 불 위에 두어 커피를 볶기 시작한다. 불에 달궈진 커피는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달콤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는데 그 향기가 그 공간을 가득 채운다.

 

적당히 구워진 커피는 ‘무키차(Mukecha)’라는 절구로 옮겨 작게 빻는다. 이렇게 분쇄된 커피를 ‘제비나(Jebena)’라고 부르는 먹이 긴 에티오피아 그릇에 넣고 끓인다. 에티오피는 해발 2,000m 이상의 고산지대이므로 95℃만 되어도 끓는데 제비나의 생김새 때문에 커피를 잘 우려낼 수 있다.

 

이렇게 우려진 커피는 사람들에게 나눠지는데 첫 번째 잔은 나이가 어린아이가 받아서 나이가 가장 많은 손님에게 내놓는다. 그렇게 손님들에게 먼저 커피를 대접하고 그다음에 손님을 초대한 가족들이 머피를 받는다. 이 커피는 설탕과 함께 제공되나 설탕이 아닌 소금을 같이 내놓기도 한다.

 

이렇게 우려진 커피는 석 잔을 마시는 것이 예의인데 첫 번째 잔은 ‘맛’을 뜻하는 ‘아볼(Abol)’, 두 번째 잔은 ‘행운’을 의미하는 ‘후에레타냐(Hueletanya)’, 세 번째 잔은 ‘축복’을 뜻하는 ‘바라카(Baraka)’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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