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23:10-11]
10 너는 여섯 해 동안은 너의 땅에 파종하여 그 소산을 거두고
11 일곱째 해에는 갈지 말고 묵혀두어서 네 백성의 가난한 자들이 먹게 하라 그 남은 것은 들짐승이 먹으리라 네 포도원과 감람원도 그리할지니라

안식년에 대한 규례입니다. 안식년은 기본적으로 안식일의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으로부터 공급받는 만나를 통해 안식일을 훈련받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안식년은 6년 동안은 땅을 소유한 사람이 땅을 경작해서 소산을 거두지만 7년째에는 경작을 하지 않고 묵혀두어야 합니다.
안식은 [שַׁבָּת(샤바트)]인데 휴식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 땅이 휴식을 얻도록 경작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안식일의 원리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말씀을 보니 갈지 않고 묵혀둔 그 땅에서 백성 중 가난한 사람들이 먹게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들짐승들이 먹게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곡식을 심는 밭도 그렇고 포도원도 그렇고 올리브나무의 열매도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밭을 쉬게 한다면 곡식을 뿌리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거기서 백성들이 먹을 수 있을까요?
이런 의미입니다. 밀이나 보리 곡식 같은 경우는 씨를 뿌려야 제대로 된 수확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추수 때에 곡식단을 다 베어 버리더라도 땅에 떨어진 씨앗 등에서 자연적으로 이삭이 자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레위기 25장 5절에 나옵니다.
[레25:5] 네가 거둔 후에 자라난 것을 거두지 말고 가꾸지 아니한 포도나무가 맺은 열매를 거두지 말라 이는 땅의 안식년임이니라
즉, 한 해의 농사를 수확한 이후에 자라난 것, 그것은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을 의미하며 그것을 안식년에 거두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가난한 자들이 그 자연적으로 자라난 곡식으로 양식을 삼을 수 있게 하라는 것입니다.
곡식과 달리 포도나 올리브 열매 같은 경우는 안식년에도 이전처럼 열립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식년에는 열매를 거두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 부분은 밭의 주인으로서 조금 참기 어려운 부분 같아 보입니다. 곡식이야 직접 씨를 뿌리고 경작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과일은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풍성하게 열린 포도나 올리브 열매를 보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고 농작물을 예전처럼 수확하지 않아야 하는 결단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수확을 못하는 것이지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안식년은 단지 일을 하지 않는다, 땅을 쉬게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내가 쉼으로써 땅도 쉼을 누리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양식을 얻게 하라는 규례입니다.
그래서 안식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쉬는 의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는 ‘쉬었음’이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이것은 휴가를 보냈거나 휴식을 취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취업하지 않았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들의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청년층 중 ‘쉬었음’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나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 취업은 했지만 버틸 수 없어서 그만둔 사람들도 ‘쉬었음’이 됩니다. 일하기가 싫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서 계속 살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면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실패와 좌절 때문에 ‘쉬었음’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거 문제나 결혼, 출산, 노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불안정한 미래를 마주하게 됩니다.
다시 안식이라는 의미에서 바라보겠습니다.
안식년에는 쉼을 누립니다. 땅의 주인이 쉼을 누리고 땅도 쉼을 누립니다. 그런데 여기에 안식이 필요한 또 한 부류가 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의 말로 ‘쉬었음’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쉬었음’의 상태로 자신들을 표기하지만 그들 안에 ‘쉼’이라는 진짜 의미가 얼마나 자리 잡고 있을까요? 쉬었음이라는 시간은 불안을 마주하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식년에서의 쉼은 나와 내 소유의 땅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도 쉼을 베푸는 행위가 됩니다.
누군가 나의 땅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난 곡식을 먹을 수 있고, 함께 맛있는 포도를 따 포도주를 담글 수도 있으며 올리브 열매를 먹고 그 기름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누군가 숨을 쉴 공간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쉼, 그것이 진정한 안식의 의미라 보여집니다.
우리는 그렇게 거창한 것들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쉬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묵상을 위한 질문]
-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와 판단 중 어떤 것을 먼저 하십니까?
- 나의 소유와 능력, 시간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쉼을 허락하기 위해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 사랑하는 사람의 쉼을 위해 오늘 실천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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