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23:9]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는 말씀은 22장 21절에서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출22:21]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
이방 나그네는 소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말씀입니다. 이 두 구절에서 주목해 볼 만한 지점은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라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하게 이방 나그네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긍휼히 여기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스스로의 과거를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타인을 보라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은 자신이 경험했던 고통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자성어로 [易地思之(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의미인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와 같은 태도에서 비슷한 과거의 경험이 있다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배고픔을 아는 사람은 배고픔을 겪고 있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헨리 나우웬은 그의 책 제목을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지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중 일부는 자신의 상처를 감추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고통의 경험을 통해 타인의 상처와 고독을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처받은 기억으로 인해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분명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상하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되돌려주거나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모습들도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나도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어”
“내가 젊었을 때는 더 어려웠어”
어려움의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와 위로를 건넸으면 좋겠으나 고통을 재생산하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은 나그네의 사정을 알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여기에서 ‘사정’으로 번역한 단어는 [נֶפֶשׁ(네페쉬)]입니다. 놀랍게도 그 의미는 숨, 생기, 영혼입니다. 이 단어는 ‘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는 숨이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볼 때 그 의미가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데 그것이 그 사람의 몸의 상태,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군가에게는 숨 하나가 힘겹게 내뱉어집니다. 누군가의 숨소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게도 하고 누군가는 숨에 아픔을 담아 뱉어내기도 합니다.
나그네의 숨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그 속에는 여러 가지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그런 숨을 경험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경험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통과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고통과 아픔이 우리 안에 새겨지는 트라우마는 치유받고 회복되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잊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웠었다는 기억입니다. 트라우마에 움켜쥐어진 기억이 아니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함으로 다시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아픔을 우리의 경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주님을 조금 더 닮아가는 삶이겠지요.
[묵상을 위한 질문]
- 최근 힘들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 누군가의 고통에 위로가 될 수 없는 위로를 하신 경험은 무엇입니까?
'묵상 > 출애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말씀묵상] 출애굽기 23:4~8 “공정” (0) | 2026.10.29 |
|---|---|
| [말씀묵상] 출애굽기 23:1~3 “소문” (0) | 2026.10.28 |
| [말씀묵상] 출애굽기 22:31 “짐승에게 찢긴 고기” (0) | 2026.10.27 |
| [말씀묵상] 출애굽기 22:29~30 “하나님께 바치라” (0) | 2026.10.26 |
| [말씀묵상] 출애굽기 22:28 “권위, 권위자” (0) | 2026.10.24 |
댓글